쉽게 아는 명절과 세시풍속
전통으로 내려오는 명절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설날 · 정월 대보름 · 삼월삼짇날 · 한식 · 단오 · 6월 유두 · 칠월칠석 · 백중 · 추석 · 중양절 등이 있는데요,
이 명절들과 관련 세시풍속을 알기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중 설날과 추석, 정월 대보름, 단오는 현대까지도 잘 전해지고 있지만,
나머지는 점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설날(음1.1)
음력 1월 1일로 한 해의 첫 날을 기리는 명절입니다.
‘설’이란 말은 새해 첫 달의 첫 날이어서 아직 낯설기 때문에 ‘설다’ ‘낯설다’ 등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고,
‘설’은 나이를 헤아리는 말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설이 나중에 나이를 헤아리는 살로 되었다고 보는 거죠.
또, 한 해가 새롭게 개시되는 날을 의미하는 '선날'이 설날로 바뀌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설날 아침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냅니다.
차례가 끝난 뒤에는 세배를 올리고 성묘를 합니다.
세배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찾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드리는 것이고,
성묘는 조상의 묘를 찾아가 손질하고 살피는 일입니다. 옛날에는 성묘와 묘제를 따로 했으나,
요즘은 성묘하면서 묘제(墓祭)를, 그러니까 제사를 올리기도 합니다.
차례는 종손이냐 아니냐에 따라 작게는 돌아가신 부모님, 많게는 4대조까지 모십니다.
5대조 이상은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고 시제(時祭) 때 산소에서 모십니다.
새해 첫날인 설날에는 새 옷인 설빔을 입습니다. 새해니까 새 옷을 입어야
새해에 좋은 운수를 받을 수 있겠죠.
설날에는 떡국을 먹습니다.
떡국을 먹는 이유는 떡국은 가래떡으로 만들기 때문에 국수처럼 오래 살라는 뜻이 있고,
칼로 쓸어 놓으면 엽전처럼 동그랗게 생겨서 돈을 많이 벌라는 뜻이 있습니다.
무병장수와 재물복을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는 게 떡국입니다.
윷놀이는 남녀노소 구별 없이 모든 사람이 어울려 하는 정초의 가장 보편적인 놀이였습니다
잠깐 몇가지 용어를 정리해볼까요?
차례茶禮
차례 대개 설날과 추석에만 지냅니다.
차례는 ‘차를 올리는 예’라는 뜻인데, 차(茶)를 올리는 절차를 내포한
중국전래의 제례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말은 차례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차 대신 술을 올립니다.
시제時祭
한식 또는 10월에 5대조 이상의 조상님 묘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합니다.
정기적으로 매 해마다 제사를 지내기 때문에 시제(時祭)라고 합니다.
기제사忌祭祀
고인이 돌아가신 날에 올리는 제사입니다.
원래는 돌아가신 날 자시(밤11시~1시)에 모십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신 바로 전날 밤이 되는 거죠.
그렇지만 요즘은 이 시간을 잘 지키지는 않습니다. 돌아가신 날은 기일(忌日)이라고 합니다.
성묘省墓
주로 한식・추석 때 조상의 묘를 찾아가 손질하고 살피는 일입니다.
한식에는 겨우내 생긴 묘의 손상을 손질하고, 추석에는 벌초를 합니다.
그리고 10월에 묘제, 그러니까 산소에 가서 제사를 지내는데,
요즘은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에 대게 추석 전에 벌초하고 추석에 차례를 지낸 후에
산소에 가서 제사를 지내거나 성묘하면서 묘제(墓祭)도 함께 지냅니다.
귀성歸省
객지에서 사는 자녀가 고향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과 친척들의 안부를 살피고,
조상님의 산소를 살피는 것을 말합니다.
귀경歸京
고향에서 다시 자기가 생활하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정월 대보름(음1.15)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 음력 1월 15일입니다.
어찌보면 조상들은 설날보다 더 성대하게 지냈던 명절로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15일 동안은
축제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보름 전날 밤에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밥을 얻으러 다녔고,
또한 이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고 믿었기 때문에 잠을 참으며 날을 샜습니다.
대보름에는 한 해의 액운을 막고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뜻으로
찹쌀, 기장, 수수, 서리태, 적두를 섞은 오곡밥을 먹습니다.
실제 오곡밥은 일반 쌀밥보다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고 열량은 20%정도 낮은 건강식이라 하네요.
또, 대보름 아침에는 부럼을 깨고 귀밝이술을 마십니다.
부럼의 정확한 유래는 알기 어렵지만, 부럼을 깨물면서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빌었습니다.
부럼은 밤, 잣, 호두, 땅콩 등의 견과류를 말하고, 부스럼은 종기 같은 피부 질환을 말합니다.
실제 견과류는 건조한 피부에 영양을 공급해주고 혈관을 깨끗하게 해주며
겨울철 떨어진 체력을 회복시켜 주기도 하고 치매 예방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른 아침에 부럼을 깨는 것과 동시에 찬 술을 마시는데 이것을 귀밝이술이라고 합니다.
귀가 밝아지고 귓병을 막아주며 1년간 좋은 소식만을 듣기를 바란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귀밝이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날만큼은 누구나 모두 마셨습니다.
정월 대보름에도 동지 때와 마찬가지로 악귀를 쫓아낸다는 뜻으로 팥죽을 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달맞이, 달집 태우기 및 쥐불놀이를 했습니다.
대보름날 달이 뜰 때 짚단과 생소나무 가지를 묶어서 무더기로 쌓아올린 '달집'을 세운 다음, 불을 질러 놀며 풍년을 기원하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달집이 활활 잘 타오를수록 마을이 태평하고 그 해는 풍년이 올 거라고 믿었습니다.
대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모든 부정과 삿된 기운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입니다.
쥐불놀이는 들판에 나가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어 놓은 깡통에 짚단 등을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다가 던져놓아 논, 밭의 잡초를 태우며 노는 놀이입니다.
논, 밭의 잡초를 태워 해충이나 쥐의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데,
쥐불을 빙빙 돌리는 것은 액운과 재앙을 태워준다는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요즘은 불이 날 위험성 때문에 쥐불놀이는 거의 하지 않죠.
삼월삼짇날(음3.3)
우리 선조들은 음력으로 양수가 겹치는 날은 양기가 왕성한 날로 아주 좋은 날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설날(1.1), 삼월삼짇날(3.3), 단오(5.5), 중양절(9.9)은 양수가 겹치는 좋은 날입니다.
삼짇날은 응력 3월 3일로 봄을 알리는 명절입니다.
이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뱀이 동면에서 깨어나 나오기 시작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삼짇날 무렵이면 봄기운이 왕성해서 사람들은 흥이 저절로 나,
산과 들로 몰려나가 진달래 화전을 먹으며 봄을 즐겼습니다.
한식寒食
한식은 태양력인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대략 양력으로 식목일인 4월 5일 무렵입니다.
이날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날입니다.
한식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춘추시대의 인물인 개자추(介子推) 설화죠.
개자추는 망명해 있던 진(晉)나라의 공자 중이(重耳)를 위해 헌신했고, 중이는 마침내 진 문공(晉文公)으로 즉위했지만, 개자추는 아무런 벼슬도 받지 못했습니다.
분개한 개자추는 면산(聃山)으로 은둔했고, 뒤늦게 이를 깨달은 진 문공이 개자추를 등용하려 했지만, 그는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했습니다. 진 문공은 개자추를 나오게 하기 위해 산에 불을 질렀으나, 개자추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고 타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 이 날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만을 먹는 한식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고대의 개화(改火) 의례에서 유래했다는 설입니다.
모든 생명은 일정 시간이 되면 소멸하고 새로 태어나기 때문에 이날 1년 동안 사용한 불을 끄고
새로 불을 만들어서 사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식이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인 것은 하늘의 28수(宿) 별자리 중 하나이며
불을 관장하는 심성(心星)이 출현하는 것이 이때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식날은 손 없는 날 또는 귀신이 꼼짝 않는 날로 여겨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는 날이라고 해서,
산소에 잔디를 새로 입히거나 비석 또는 상석을 세우거나 이장을 하기도 합니다.
단오端午(음5.5)
단오는 음력 5월 5일입니다.
단오의 '단'자는 첫 번째를 뜻하고 '오'자는 五, 곧 다섯을 뜻하기 때문에 단오라는 말에는 초닷새라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이 날은 일년 중 가장 양기가 센 날로 여겼고, 설날·추석과 함께 큰 명절의 하나로 손꼽았습니다.
단오날은 모내기를 끝낸 직후로 이날만큼은 본격적인
농번기에 대비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한편 본격적인 더위를 맞기 위한 전통적인 행사로 다양한 놀이를 즐기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했습니다.
이날 단오떡을 해먹고 여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며 남자는 씨름을 했습니다.
창포를 끓인 물에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아 몸을 깨끗하게 하면 그 해 여름의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창포 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에 윤기를 주고 눅눅한 장마철에 비듬이나
피부병이 생기지 않도록 해줍니다.
남자들은 여름 질병을 이겨내고 체력을 기른다는 의미에서 씨름판을 벌였고,
여자들은 ‘그네를 뛰면 여름에 모기에 물리지 않고, 더위도 타지 않는다’는 속설에 따라 그네를 탔습니다.
또한, 단오날에는 선풍기와 에에컨이 없던 시절, 왕이 신하들에게 단오부채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지역에 많은 단오 행사가 열리지만, 특히 강릉단오제가 유명합니다.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유둣날(음6.15)
음력 6월 15일을 유둣날이라고 합니다.
유두는 ‘동유두목욕(東流頭沐浴)’이란 말을 줄인 말인데요, 동쪽의 냇가에서 머리를 감으며 몸을 깨끗이 씻는다는 뜻입니다.
동쪽의 냇가에서 씻는 이유는 동쪽은 밝고 양기가 왕성한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유둣날이 있는 6월은 삼복(三伏)이 들어 있는 때로 가장 무더울 때입니다.
이날은 술과 안주 등 먹을 것을 가지고 계곡이나 물가에 가서 더위를 피하며 풍류를 즐겼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이 잊혀져 가는 명절입니다.
백중百中(음7.15)
전통적인 보름 명절의 하나로 음력 7월 15일입니다.
모내기가 끝나고 김을 세 번 매고 나면 여름철 농한기인 백중이 되는데,
이날만큼은 하루 푹 쉴 수 있는 농민들의 여름 명절입니다.
농가에서는 백중날이 되면 머슴을 하루 쉬게 하고 돈을 주는데,
머슴들은 그 돈으로 장에 가서 술도 마시고 음식을 사먹고 물건도 사면서 휴식을 취합니다.
이 무렵에 과실과 채소가 많이 나와 백가지 곡식의 씨앗(種子)을 갖추어 놓았다 하여
백종(百種)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다른 명절은 내 가족, 내 조상을 위해 제사를 지내나
백중에는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위해 제사를 올리는 날입니다.
칠월칠석七夕(음7.7)
전설 속의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로 음력 7월 7일입니다.
농사일을 하던 견우와 베 짜는 일을 하던 직녀가 결혼 후 각자의 일을 소홀히 하자 이에 노한 옥황상제가 둘을 각각 은하수 끝에 떨어뜨려
만나지 못하게 하였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까치와 까마귀가 칠월칠석에 오작교(烏鵲橋)라는 다리를 만들어줘 1년 중 단 한 번 두 사람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칠석날에 직녀성과 견우성 두 별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매우 가까워지기 때문에 생겨난 설화라고 합니다.
중양절重陽節(음9.9)
음력 9월 9일을 중양절이라고 합니다.
설날(1.1), 삼월삼짇날(3.3), 단오(5.5), 중양절(9.9)은 양수가 겹치는 날은 모두 중양(重陽)이지만,
특히 9월 9일을 가리켜 중양이라고 합니다.
중양절은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계절로, 추석처럼 큰 명절은 아니어도
음식을 가지고 산과 들로 가서 하루를 즐겁게 놀았는데 요즘의 가을소풍과 같습니다.
중양절 이후에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가을을 마지막으로 즐기는 명절이기도 합니다.
이때는 국화가 만발할 때이므로 국화주, 국화전을 만들어 먹으며,
음력 삼월삼짇날 강남에서 온 제비가 이때 다시 돌아간다고 합니다.
중양절의 유래는 중국의 동한(東漢)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앞날을 잘 맞추는 비장방(費長房)이라는 도인(道人)이 있었는데,
어느 날 학생인 항경(恒景)에게 “자네 집은 9월 9일에 큰 난리를 만나게 될 터이니 집으로 돌아가
집사람들과 함께 수유(茱萸)를 담은 배낭을 메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면
재난을 면할 수 있네.”라고 하였습니다.
항경이 이날 그가 시킨 대로 가족을 데리고 산에 올라갔다가 집에 돌아오자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이 모두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중양절에 수유 주머니를 차고 국화주를 마시며 높은 산에 올라가는 풍속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도 합니다.
추석秋夕(음8.15)
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설날과 더불어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입니다.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으로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입니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한가위라고 합니다.
‘한’은 크다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한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란 뜻입니다.
또 다른 말로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하는데,
가을의 한가운데로 가을 중의 가을인 명절이란 뜻입니다.
추석날 아침에는 햇곡으로 빚은 송편과 각종 음식을 장만하여
조상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합니다.
설날 대표 명절음식은 떡국이지만,
추석의 대표음식은 송편입니다.
옛날에는 추석 즈음 대부분의 곡식이나 과일들이 익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추수를 하기 전 미리 곡식을 걷어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추석의 본래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현대는 농사기법과 종자가 개량되어 추석에 풍성한 곡식과 과일을 맛볼 수 있게 됐습니다.
추석에는 강강술래 놀이와 씨름을 합니다.
농경사회에서 보름달은 풍요를 상징하며 또한 여성은 자녀를 출산하기 때문에
여성 자체가 풍요를 상징합니다.
강강술래는 풍요를 상징하는 보름달 아래에서 풍요를 상징하는 여성들이 논다는 의미에서
풍요의 극치를 의미합니다. 즉, 강강술래는 풍요를 상징하는 달에 비유되는 놀이입니다.
씨름은 음력 5월 단오와 7월 백중에도 하지만 추석놀이로도 많이 즐기는 놀이입니다.
추석의 유래는 신라 제 3대 왕 유리 이사금 때입니다.
서라벌 도성 안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고 두 명의 공주로 하여금 각각 이끌게 하여
백중(음력 7.15) 다음 날부터 한 달 동안 삼을 삼아 음력 8월 15일 추석 당일 가윗날에
한 달간의 성적을 심사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 한턱 내고 모두 노래와 춤을 즐기며 놀도록 한 것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