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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물질이 밝혀지길 손꼽아 기다리며

암흑 물질이 밝혀지길 손꼽아 기다리며

 

현대 천문학에서 가장 핫한 주제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존은 하지만 실체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암흑 시리즈 중에서

오늘은 암흑 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암흑 물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우리 은하의 질량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32년입니다.

‘오르트 구름’을 밝혀서 유명인사가 된 얀 오르트는 우리 은하의 질량이 밝은 원반 부분, 헤일로,

구상 성단을 다 합친 것보다 크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계산할 수 있는 질량을 다 계산했지만 그것보다 더 크다는 거죠.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측정 방법이 잘못됐다는 거죠.

그러다가 1937년 프리츠 츠비키라는 괴팍한 천문학자에 의해 처음 암흑 물질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은하들의 운동을 관측하던 츠비키는 은하들의 운동 속도가 관측되는 질량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는 은하에는 관측되지 않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관측할 수 없는 이 물질을 암흑 물질이라고 불렀습니다.

관측되는 질량으로 이렇게 빠르게 운동한다면 은하가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버리고 말겠지만, 궤도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거기에는 관측되지 않는 어떤 암흑 물질이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츠비키의 괴팍한 성격 때문인지 그가 제기한 암흑 물질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있다가 1974년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됩니다. 그리고 1980년에 가면 우주에 엄청난 양의 암흑 물질이 존재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1974년에 밝혀진 내용에 의하면 은하의 회전곡선을 분석했더니 원반 바깥쪽의 속도가

안쪽에 버금가게 빠르다는 사실입니다.

케플러 법칙에 의해 태양계의 행성 운동은 안쪽은 빠르고 바깥쪽으로 가면 느려집니다.

안쪽은 태양의 중력을 이기기 위해 빠른 속도로 공전해야 되고 바깥쪽으로 갈수록

태양의 중력은 약해지기 때문에 속도도 느려지는 거죠.

그것처럼 은하의 회전 운동도 바깥쪽으로 가면 느려져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결론은 은하의 바깥쪽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공간의 질량을 확 높이는 어떤 물질이 있어야만

빠른 속도로 회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들은 암흑 물질이 은하를 둘러싼 거대한 헤일로에 주로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암흑 물질은 그냥 존재만 하는 게 아니라 양도 어마어마합니다.

계산에 의하면 우주 전체를 통틀어 보통 물질의 5배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암흑 물질은 별들이 모여 있는 구역에도 있지만, 대부분은 훨씬 더 광활한 공간에 넓게 분포합니다.

이외에도 우주 구조의 발달 과정 역시 암흑 물질의 존재와 잘 들어맞습니다.

우리가 아는 현재의 우주는 울퉁불퉁하고 균일하지 않죠.

그런데 우주 배경 복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빅뱅 직후의 우주는 아주 매끈했다고 말합니다.

아주 매끈하고 균일한 우주가 어떻게 울퉁불퉁하게 됐을까요?

천문학자들은 모든 것이 원시 우주의 잔주름에서 시작됐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코비(COBE) 위성 관측 자료에 따르면 10만 분의 1 정도로 아주 미묘하긴 하지만

우주 배경 복사가 분명히 변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변동이 서서히 커져 불균일성으로 표출되고 결국 별, 은하, 은하단의 생성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보통 물질이 우주의 전부라면 이것은 불가능하죠.

우주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암흑 물질이 필요합니다.

분석에 의하면 지금과 같은 은하들과 은하단들이 생겨나려면

보통 물질 5~10배 양의 암흑 물질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된다고 합니다.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서도 암흑 물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질량에 비례해서 중력도 커지고 중력렌즈 효과의 정도도 달라지는데요,

은하에 의한 중력렌즈 효과를 관측한 과학자들은 관측된 정도의 중력렌즈 효과가 나타나려면

은하에는 관측된 질량보다 훨씬 많은 질량이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은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있다는 겁니다.

 

다른 물질과 전혀 상호 작용을 하지 않고 오직 중력을 통해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암흑 물질,

그 정체는 정말 무엇일까요?

 

천문학자들은 처음에 많은 물질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믿어지는 블랙홀이나,

아주 작은 질량을 가지고 있지만 우주에 수없이 많이 존재할 것으로 믿어지는 중성미자,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작은 천체들, 우주 공간에 퍼져 있는 성간 물질과 같이 보통의 물질이지만

빛을 내지 않아서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물체들이 암흑 물질의 정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물질들로는 암흑 물질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무거운 입자지만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새로운 입자가 암흑 물질의 정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입자를 윔프(WIMP)라고 부르는데요, 아직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우주의 질량과 에너지는 보통 물질이 4.9%, 암흑 물질이 26.8%, 암흑 에너지가 68.3%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암흑 물질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릅니다.

우주에서 95%라는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신비한 존재,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이 우주에서 어떤 역할을 맞고 있고 어떤 재주를 품고 있을까요?

사뭇 궁금해집니다.